트럼프가 수학공식을 흔들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새로운 관세 체계를 제시하며,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리고는 자신 있게 종이에 수식과 그로부터 계산된 결과를 인쇄해 흔들었습니다. 그 공식 하나로, 한국, 중국, 일본에 부과된 엄청난 관세율이 정당화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수식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건 수학이라기보단, 뭔가 ‘수학처럼 보이게 만든 장식’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허술합니다.

수학자는 이런 걸 보고 “수학처럼 보이기”라고 하죠. 겉보기엔 복잡하고 과학적인데, 실제론 아무 의미 없는 조작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트럼프의 그 수식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왜 문제가 될까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수식 완전 해부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수식은 수학을 조금이라도 배워본 분이라면 어렵지 않겠지만, 경제학적인 의미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기호 하나하나를 차근차근 살펴봐야 합니다.

  • : 특정 국가 에 부과해야 하는 관세 변화율 (Tariff Rate)
  • : 미국의 해당 국가에 대한 수출액 (Exports)
  • : 미국의 해당 국가로부터의 수입액 (Imports)
  • : 수입 수요 탄력성(elasticity of demand)
  • : 관세 전가율 (pass-through of tariffs to price)

즉, 이 수식은 무역 수지를 균형()으로 맞추기 위해, 미국이 해당 국가로부터의 수입을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를 계산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관세율을 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수식에서 는 경제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입니다. 수입 수요 탄력성은 가격이 변했을 때 수입량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내고, 관세 전가율은 관세가 부과됐을 때 소비자에게 가격이 얼마나 전가되는지를 나타냅니다. 이 두 값은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지만, 그 값을 정확히 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여기서 첫 번째 문제가 발생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두 값을 어떻게 구했을까요? 공식에 넣기만 하면 되는 값인가요? 아니면 실험을 통해 측정한 값인가요? 아니면 그냥 대충 정해놓은 값인가요?

트럼프는 이 두 값을 어떻게 구했는지 설명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 을 대입했죠. 결국 이 수식은 다음과 같이 단순화됩니다.

관세율은 전문성과 수학적 정당성을 갖춘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를 수입액으로 나눈 단순한 비율 산출식에 불과합니다. 경제 모델을 흉내낸 듯 보이지만 실제론 수치 장식에 불과한것이죠.

관세는 수출이 아니라 수입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무역수지란 무역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출과 수입의 차이를 의미합니다. 즉, 내가 다른 나라에 팔아서 번 돈에서 내가 다른 나라에서 사온 돈을 뺀 것입니다.

  • : 수출(Exports) — 내가 다른 나라에 파는 것
  • : 수입(Imports) — 내가 다른 나라에서 사오는 것

여기서 관세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야 합니다. 관세는 수출이 아니라 수입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즉, 내가 다른 나라에서 사오는 물건에 대해 세금을 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관세는 수입을 줄이기 위해 부과하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수입을 너무 많이 하고 있어! 줄여야 해!”라고 한다면, 수입()이 수출()보다 크므로, 무역 적자가 발생합니다.

M > X \quad \Rightarrow \quad X - M < 0

수식의 분자는 형태로 적었으므로, 반대로 수출이 적으면 관세를 부과하자는 논리입니다.

예를들어 뉴질랜드를 보겠습니다. 미국은 뉴질랜드에 45억 달러를 수출하고, 55억 달러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뉴질랜드와의 무역에서 약 10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즉, 미국 입장에서 돈이 빠져나간 상태입니다.

  • 미국이 뉴질랜드에 수출한 금액: $4.5 billion
  • 미국이 뉴질랜드로부터 수입한 금액: $5.5 billion

이 값들을 식에 대입해보면,

이렇게 되면 관세율이 -18.18%가 나옵니다. 즉, 미국은 뉴질랜드에 대해 18.18%의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수입을 줄이기 위해 세금을 부과해야 하는데, 오히려 보조금을 지급하라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공식이 표현하는 방향성조차 애매하거나 잘못되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가격 전가율()은 관세가 부과되었을 때, 그 부담이 최종 소비자 가격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트럼프의 발표에 따르면, 평균 관세율은 약 41%이며, 가격 전가율은 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즉, 관세가 41% 부과되었을 때 그 중 25%만큼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는 의미이므로,

결과적으로 수입품 가격은 약 10.25% 상승하게 됩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관세는 외국이 부담하는 것이고, 미국 소비자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본인들이 제시한 수식 구조 안에서 이미 ‘소비자 가격이 오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스스로 내세운 수식과 모순되는 주장을 동시에 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 수요 탄력성 로 설정했습니다. 이 값은 가격이 1% 오르면, 수요는 4% 감소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위에서 계산한 대로 관세로 인해 수입품 가격이 10.25% 오르면, 미국의 수요는 아래와 같이 감소하게 됩니다.

결국 이 결과가 말하는 바는 단순합니다.

정확히 관세율만큼 너희 물건에 대한 미국 내 수요를 줄이겠다는 것

즉,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다른 나라 제품의 수요를 줄이겠다는 의지의 표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한중일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의 나라에 대해 미국이 수출보다 수입을 더 많이 하고 있으므로, 이 수식의 결과는 음수가 나오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런데 실제 공개된 관세표에 음수는 없었죠. 자세히 보면 공식 결과가 음수로 나오는 경우에 강제로 양수로 뒤집거나, 기본값 10% 이상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관세표에는 모두 양수 값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값들은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요? 실제로는 관세율을 계산하기 위한 수식이 아니라, 관세율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식으로 보입니다. 실제 수식을 복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출액을 으로 고정하고, 트럼프가 제시한 관세율을 대입해보면, 수입액은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 한국

🇯🇵 일본

🇨🇳 중국

트럼프가 제시한 공식과 관세율을 통해 역산해보면, 미국이 200, 일본은 303 어치 물건을 수출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2024년 기준으로 미국과 한국, 일본, 중국 간의 무역 통계와 각 국가의 수입 대비 수출 비율을 정리한 표를 보면 실제 통계와 대체로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가미국의 수출액 ($B)미국의 수입액 ($B)수입 대비 수출 비율
한국65.5131.52.01
일본78.6154.11.96
중국143.5439.03.06

왜 수식을 사용했을까?

왜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수학 공식 같은 것을 굳이 만들어서 관세율을 정당화하려 했을까요? 우리는 때로 수학이 사용된 문장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복잡한 기호와 낯선 기호들이 나열되면, 뭔가 정밀하고 타당한 논리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수식이 말하는 것이 정말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 진실인지, 아니면 그저 정책을 포장하기 위한 장치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이 공식은 수학적 정확성도 부족하고, 경제적 현실도 왜곡하며, 무엇보다 정책적 판단을 가장한 정치적 도구에 불과합니다. 수식이 정말 정책 결정을 이끈 것이라기보다, 이미 내려진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뒤늦게 갖다 붙인 듯한 구조입니다.

수식은 세상의 복잡한 현상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다양한 문제를 예측하고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그 도구는 정확한 개념과 맥락 위에서 사용할 때에만 유효합니다. 수학은 권위가 아니라 질문과 검증의 언어입니다.

수식이 등장했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진실을 담고 있다고 맹목적으로 신뢰하기 보다 오히려 그 수식이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어떤 가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현실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수학적 사고력의 진짜 출발점입니다.